한물간 마라토너

 

대회가 열리기 전날 밤 밀양의 네이버 날씨를 검색해봤다.

아침기온 영하5도를 가리킨다.

날씨가 제법 춥겠는데.

긴바지를 입을까.

반바지를 입을까.

티 샤스는 긴팔이 좋을까 짧은 티가 좋을까.

 

잘 정돈해둔 옷장의 옷들을 이것저것 만지다가 마눌이한테 잔소리 좀 듣고

클럽 유니품 티 샤스 긴팔에 주체 축에서 보내온 배 번호를 달며 조용히 콧노래를 흥 얼 그릴 때 tv를 보던 마눌이“그러케도좋소”하고 빈 정 그린다.

5년 만에 참가하게 된 대회이다 보니 마음이 나도 모르게 들떠있었나 보다?

 

다음은 신발에 스피드 침을 달아두고 내일을 위해 잠을 푹 자야겠다 싶어

잠자리에 들었지만 마음이 붕 떠있는 기분이고 안정이 안 되고 잠이 오질

안는다. 이리저리 뒤척이다 새벽녘에서야 잠이 들었다.

 

알람소리에 잠에서 깨어나 가볍게 아침식사 끝내고 출발지 운동장도착하여

버스에 탑승 반가운 회원들과 인사 나누고 밀양을 향해 버스는 달려간다.

밀양운동장 보조경기장에 마련된 부서에서 개인 출발하여 도착한 회원님들과 또 반가운 인사 나누고 대회출발을 위해 최종준비를 하였다.

 

버스출발시간 새벽에는 날씨가 제법 추웠지만 지금 9시 이후에는 영상의

날씨라 날씨걱정은 안 해도 되겠다싶다?

긴팔 클럽 티 샤스에 반바지를 챙겨 입고 얼굴엔 썬 크림을 찍어 바르고

바세린도 덤 뿍 찍어 겨드랑이에 바르고 젖꼭지에도 골고루 바르고

팬티 속 소중이도 문질러 바르고 다음은 남자들의 신체 중에 가장 주름살이 많은 소중이아래 거시기에도 정성들여 듬뿍 바르고(구리스)칠갑을 하였다.

 

알록달록 차려입은 띰군들 속에 석여서 스트레칭도 해보고. 굳어있는 몸도 풀어보고. 아쿠아륨 대형수족관 물고기들처럼 수많은 주자들과트랙을 천천히 한쪽 방향으로 달려도 보고. 오랜만에 만난 타 클럽 꾼들과 인사도 나누고 출발 시간을 기다린다.

 

마라톤 명mc배동성씨의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국민의려가 진행되었고 이어서

귀빈들이 소개되고 인사가 이어지고 조금 후 출발 숫자가 꺽 구로 세어지고 출발 스타트폭죽이 터진다.

매캐한 화약 냄새가 코끝을 자극하고 우루 루 전자음이 나는 출발매트를 밟고 지나 갈 때.

필자도 뒤따르며 손목 초시게 스타트버튼을 누르고 긴 행렬을 따라간다.

 

수많은 밀양 시민들의 화호와 박수를 밭으며 주로를 달리면서 많은 생각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

한때는 필자도 하프1시간40분대를 달릴 수가 있었는데 그때는 옛날이야기40~50대였지?

발가락부상으로 한동안 연습을 게을리 하였고 주말이면 농장 일에 파묻혀

지내다보니 대회에도 참가가 줄어들게 되었고 어느새 몸무게도 늘어났다.

어쩌다 대회에 한번 출전하면 1시간50분 그리고2시간이 넘는 한물간 마라토너로 변신해버렸다.

마지막참가대회로는 2018년 봉화대회에서는 2시간22분으로 최악 이였다.

오늘은 마음속으로 다짐해본다.

그 이후 코로나로 마라톤대회 자체가 열릴 수가 없어 너무나 아쉬웠지만.

오늘은5년 전 봉화의 2시간22분벽을 꼭 허물고 말리라 다짐을 하며 달린다.

 

3km지날 때 문제가 발생하였다.

출발 전 소변을 하였지만 요강단지가 터질듯이 소변이 밀려왔다.

어느 곶을 지나는데 건물 옆 후미진 곳에서 큰 화물차가 주차 되어있고

그 옆에서 요강을 비우는 주자한명을 발견하였다.

나도 따라 그 곶에서 쉬를 하였다?

또 다른 주자한명이 노상방료를 위해 나를 따라서 뛰어오는군요.

젠 장 따라할게 따로 있지.

아이들보는 데는 찬물도 못 먹는 다니까.

염려가 되는 것은 유니품에 우리클럽이름이 적혀있는데 클럽에 누가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찌되었던 한물간 마라토너는 시원함을 느끼며 주로를 달렸습니다.

봄이 오고 있는 신작로 길을 행 열을 따라 앞으로 앞으로 달려갔습니다.

밀양대회는 여러 번 참가를 하여서일까 마을이름들도 예쁘고 정감이 간다.

봉계마을. 무연마을. 위양마을. 퇴계마을. 그리고 논두렁 밭두렁가든?

각 마을입구를 지날 때 마다 마을 어르신들의 환영이 이어지고 풍물패들의

공연이 정겹습니다.

어느 싱거운 주자한명이 흥에 겨워 가던 길 잠시 멈추고 춤도 추워보고

동래 할머니를 향해 장모님이라 불러보고 늑살을 떨더니 막걸리까지 한잔

끝내 얻어먹고 갑니다.

 

일정한 거리마다 체크 포인트가 있고 일정한 거리마다 급수대가 있고

그리고 자원봉사 대원과 학생들의 환영이 이어지고 한물간 마라토너는

기분 좋게 자봉님들의 가분한 대우를 받으며 출발했던 운동장을 향해갑니다.

봄이 데면 장사가 잘 데는 묘목 파는 가계도 지나고. 제철이 다가오고 있는

각종 씨앗과 모종을 파는 종묘상도 지나고. 농사용 자재를 가덕 쌓아두고 봄을 기다리는 농자재상도 지나고. 법원경찰청도 지나고. 신촌 삼거리도 지나고. 밀양시청도 지나고. 운동장오르막을 힘들게 올라갑니다.

마지막 트랙 2/3바퀴를 돌고 피니 쉬 매트를 힘차게 밟았습니다.

 

2시간14분41초

ㅎㅎ 5년 전 봉화대회의 벽은 깨긴 했네요?

8분 단축

감사합니다.

오늘도 한물간 마라토너는 너무나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