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밀양아리랑 마라톤 대회

                                                                                     2016. 2. 28(일)

2016년 병신년 첫 대회를 밀양아리랑마라톤이 된 것은 우연하게 찾아온 병마 아닌 병마로 몇 개의 대회를 쉬어야했기 때문인가?

작년 12월 낙동강변 마라톤대회를 끝으로 그 해 대회를 마무리 짖고 해가 바뀌어 올 첫 대회를 여수마라톤에 참가하고자 마음먹었으나 셔틀버스 출발시간이 맞지 않아 쉽게 포기를 하였고 또 고성 대회를 기웃거렸으나 몰려온 한파가 조금도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여기서 나 자신의 나태함을 알게 되었으나 한 번 기울어진 마음을 고쳐먹기엔 여간 힘드는 것이 아니었다. 올 고성대회는 정말 추위와 한 판 싸움이 되었다는 것을 듣게 되었을 때 게으름의 표상인가 용기 없는 마라토너인가? 쉽게 결론을 내리지 않았지만 나 자신의 우둔함으로 비쳐지는 것을 부인할 수가 없다.

그러던 중 작년 3월부터 꾸준하게 어깨 통증치료를 받아오던 병원에 미련 없이 찾아간다. 이제 마지막 치료라 생각하고 의사와 몇 마디를 나눈 후 정말 마지막치료를 받는다. 프롤로 주사 즉 인대강화주사로 그동안 수십회의 주사를 맞았지만 만족할 만큼의 효과를 보지 못한 채... 이 병원 원장이자 의사도 “아버님은 이제 모든 치료를 다 해보았으니 무조건 기다려보세요”했다. 기다리면 언젠가는 저절로 환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어깨가 나아져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라 했다.

이 말을 진실로 믿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희망을 걸고 마지막 주사를 맞는다. 그런데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내 어깨에 놓았던 주사바늘이 신경을 자극했는지 서서히 통증이 엄습하더니 끙끙 앓는 소리는 낸다. 10분을 참아보자고 한 것이 20분이 지나고 30분이 지나도 의사는 오지 않고 간호사에게 하소연을 해 보았지만 돌아오는 건 앓는 소리 뿐이다.

원장님이 수술실에 갔다고 했다. 이런 혼자 아픔을 얼마나 용을 쓰면서 앓았는지 한참 후 나타난 의사 왈 “많이 아프셨나요?” 예 진짜 너무 아팠어요. 그것으로 끝이다. 프롤로 주사액을 넣고 주사를 빼며 또 한번 “이제 다 되었으니 기다리세요” 철썩 같이 믿고는 물리치료를 하고 귀가한 후 다음날 새벽 코피가 터지는 불상사가 일어났다. 감당할 수 없는 코피 한참 후에 겨우 지혈이 되어 출근은 할 수가 있었지만 근무 내내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틀 후 야간 근무를 끝내고 근무 교대시간이 임박할 무렵 또 다시 코피가 터져 감당이 되지 않았다. 한참 쏟은 후 순찰차로 온 병원 응급실로 후송되어 응급처치를 받는다. 지혈을 시키면서 혈압을 측정하더니 수치가 200에 육박했다. 간호사가 하마터면 큰일 날 뻔 했다고 한다. 이게 잘 못되면 뇌출혈이 될 수도 있고 눈으로 갈 수도 있는데 다행히 코로 왔기에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하는데 난 그 말에 동의할 수가 없었다. 왜냐면 3일전 어깨 치료 중 심하게 힘든 과정이 있어 그 여파로 코피가 터진 것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지혈은 되었고 혈압도 정상수치가 되었는데 이런 제기랄 온 병원 이비인후과는 오전 수술이 잡혀있어 외래진료는 오후 1시반부터 볼 수가 있다며 개인병원에 가서 꼭 의사와 상담을 하란다. 근무복장으로 택시로 개인병원을 찾았다. 의사 왈 동맥이 터진 것 같은데 몇일 치료를 해보고 그래도 안 되면 레이저로 지진다고 했다. 다행히 지혈은 되었고 몇일 지켜보자는 의사의 말을 믿고 안심하고 귀가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틀 후 새벽에 또 터지고 말았다. 한참을 쏟아내고 가까운 성심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이 병원에서도 마찬가지로 지혈만 해 준다. 이비인후과가 없기에 다른 병원으로 가보라고 한다. 그래도 지혈은 되었으니 다행이다 생각하고 출근하여 바로 병원에 가서 진료를 한다.

그런데 개인병원 의사는 돈벌이가 목적이기 때문에 환자의 고통을 다 알지는 못하는 것이다. 또 치료를 했으니 지켜보자고 했다. 치료 후 한 시간도 되기 전에 약간의 출혈이 있었으나 다행히 바로 지혈이 되었고 근무가 끝날 무렵 신고출동 조치 중 감당할 수 없는 출혈로 또 애를 먹게 된다. 한참을 쏟아낸 후 지혈이 되어 차를 끌고 귀가를 할 수가 있었으나 잠자기가 두려웠다. 다음날 일어나자마자 병원을 찾아가서 따지듯 하여 세 번째 내원 만에 레이저수술을 한다. 그런데 이게 또 뭔 일인가 수술직후라지만 피가 목으로 넘어가고 왼쪽 코로도 넘쳐흐른다. 의사가 당황스러운지 소견서를 써 준다며 백병원으로 가란다. 또 다시 코를 움켜잡고 백병원응급실로 향한다. 코피로 세 번째 응급실행이다.

응급실에서 안정을 취한 후 외래 담당교수님이 진료를 한다. 금방 레이저로 지졌다고 했는데 지지면서 더 크게 동맥이 터진 겁니다. 이런 제기랄 여기서 무슨 말을 할 수가 없다. 다행스럽게 교수님의 덕분으로 완전무결하게 해결이 되었으니 그 순간 지난 일주일 동안 쏟아낸 코피의 양이 얼마나 될까 그것이 궁금할 뿐...

수술하고 이틀 후 설날이지만 근무를 하였고 연휴가 끝나고 그 다음 주에는 울트라 첫 대회인 부산비치대회가 있었지만 이 상태에서 참가할 수가 없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겪고 보니 건강이 최고라는 것을 다시한번 생각하게 된다. 좋아하는 운동도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 하는 것인데 그동안 몸을 너무 혹사시키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보는 반성의 시간을 가져본다. 동료직원들도 모두 이제 몸을 좀 아껴 라고 한다. 마라톤대회도 좀 줄이고 울트라는 나무 무리가 따르니 하지 말라고 조언하는 동료와 가족의 말도 일리는 있다하겠다.

그러나 내 고향 밀양 대회는 올해 13회째다. 2004년부터 이어져 온 내 고향마라톤대회 그러나 이 대회도 2011년에는 구제역파동으로 대회가 취소되는 해도 있었지만 결코 앉아서 그냥 넘기기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충분한 훈련이 되어있지 않았기에 완주에 목표를 두고 대회에 임할 것을 다짐 또 다짐한다.

드디어 대회 날이다. 근무일이라 하루 연가를 내고 기분 좋게 즐기는 모드로 전환하여 밀양시청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시간이 충분하기에 차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그 사이 비가 내려 우의를 입어야 되나 망설이는 순간도 있었지만 다행스럽게도 먼지가 일어나지 않을 만큼만 내린 후 날씨는 쾌청하게 변한다. 짧은 마라톤복장으로 갈아입고 물품을 맡기려 보관장소에 이르니 여기저기 아우성이다. 매직으로 봉투에 성명과 연락처 및 배번을 적어야했다. 매직은 온대 간대 없고 맡기려는 줄만 길게 늘어져있다. 궂이 적을 필요는 없는데 시간이 너무 지체되는 것을 주최 측에서 좀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오늘 대회 총 참가자는 8,965명이고 하프참가자 3,060명으로 가장 많다. 그 중 50대가 1,364명으로 44.6%나 된다. 50대에 들어와서도 꾸준히 달리고 있는 모습들이 참으로 고무적이다. 밀양대회는 오는 20일 서울동마대회 중간 점검으로 참가하는 달림이 들이 많다. 서버-3를 꿈꾸는 주자들은 이 대회에서 1:23분대를 목표로 뛰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 페메는 1:20분과 1:25분 1:30분 및 그 이후 페메들이 상당하다.

나도 연습이 충분했더라면 1:25분 페메를 나의 페메로 생각해 볼 수가 있었겠지만 내 자신이 잘 알기 때문에 오늘은 기록에 연연하지 않기로 한다. 다만 오래 만에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여 4대 사회악근절 홍보 캠페인을 하는 마라토너가 되기를 희망하면서 출발을 한다.

오늘도 사회자는 유명한 배동성씨다. 구수한 말솜씨로 마라톤대회 진행자로서는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다. 경품 추첨과 아울러 최고령자 발표를 하는 순간 우와 하는 함성이 일어난다. 올해 92세 할아버지다.

10시 정각 하프참가자 먼저 출발이다. 출발선에서 김회를 만났지만 이 후 볼 수가 없었고 운동장을 벗어나자마자 내리막이라 거침없이 달려가는 무리 속에 휩쓸려 페이스조절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나름 전략대로 잘 가고 있었다. 봉계삼거리 약 5km지점에서 시계를 보니 21분대다. 조금은 빠른 것 같았지만 그런대로 호흡은 괜찮았다. 주민들의 응원소리를 들으면 기분이 업 되어 힘든 줄 모르고 조금 빠른 걸음으로 달려보지만 한 두 명이 앞서간다.

가산저수지를 옆에 끼고 10km지점에서는 43분대를 기록한다. 많이 늦겠다는 생각을 하며 파워젤을 꺼내어 준비하고 보니 선두 그룹이 반환점을 돌아 내리막 끝 지점에서 만난다. 1시간 초반에 들어갈 사람 들 연이어 줄줄이 힘찬 발걸음들이다.

힘든 오르막을 정복하고 나도 내리막을 힘주어 뛰어보지만 역 부족이다. 탄력이 붙지 않는다. 밀양 연극촌 앞에서는 연극출연자들이 이색복장으로 힘을 실어준다. 하이파이브를 하는 사람들도 보이지만 난 앞 만보고 달려갈 뿐이다. 15km지점을 통과할 때는 무려 1시간10분이 지난다. 청운교에서 목을 축인 후 또 다시 파워젤을 꺼낸다. 약간의 종아리 뭉침을 감내하면서 이제 마지막 카드를 꺼내보지만 지루한 평탄길은 지겹기만 하다. 드디어 20km에서는 1:30분이 경과하고 운동장까지 힘든 오르막을 사력을 다해 뛰어본다. 운동장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던 가족도 보지 못한 채 운동장 트랙을 돌아 피니쉬아치 시계를 본 순간 또 한 번 놀란다. 하프 기록이 1:36분대를 가리키고 있었다.

하프 55번째 대회에서 지금까지 기록 중 최하위의 기록이기 때문이다. 최종 공식기록은 1:35분대이지만 미련이 남는 것 왜 일까?

끝으로 올해 공식 대회를 고향 밀양아리랑마라톤에서 실시하였으며 건강을 점검해보며 청렴경찰과 4대 사회악근절 홍보 캠페인 대회로 기억하고 싶다.